[기고] 도전에 직면한 긱 경제(Gig Economy)

작성일2019/08/19 조회수206

[기고] 도전에 직면한 긱 경제(Gig Economy)

 

 

조선비즈 | 김석준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초빙교수
입력 2019.08.18 14:07 | 수정 2019.08.18 15:09

BEN컨설팅 IT부문 전문위원

 

우리나라도 음식배달, 택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플랫폼 노동자가 양산되고 있으며 우버 드라이버와 다르지 않은 환경에서 일한다. 앞으로 더 많은 업종에서 플랫폼 노동자를 이용하려 할 것이다. 기존의 일자리들이 낮은 임금의 초단기 일자리로 변하고 있다.

100년 전 재즈 공연에서의 긱 시스템은 효율적이고 생산적이었지만, 플랫폼 노동자를 양산하는 최근의 긱 경제는 문제가 많다고 말한다. 필자는 그 이유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긱의 전문성이다. 재즈 연주는 각 악기 연주자마다 다양한 스타일이 있어서 공연에 적합한 연주자를 찾아 최적의 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반면 현재의 플랫폼 노동은 진입이 쉽고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음식 배달은 빠른 배송과 짧은 시간에 많은 배달을 하는 것이 경쟁력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많은 긱을 고용하면 빠른 배송을 할 수 있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긱을 모을 필요가 없다.
 

두 번째는 가치 분배 방법의 차이다. 재즈 공연 연주자들은 공연장 주변에 모여든다. 입소문과 아는 사람의 소개 등으로 서로를 알게 되고, 간단한 오디션으로 팀을 구성한다. 플랫폼 비즈니스처럼 중계 수수료는 없었다. 팀을 꾸려 공동의 목표(공연)를 달성하고, 성과를 비교적 대등하게 나눈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임금을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받는다. 플랫폼 사업자가 수수료를 떼고 지급한다. 고객의 지불이 동일하다면 플랫폼 노동자의 수익은 줄어든다. 플랫폼사업자가 일정 부분을 가졌기 때문이다.

만일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면 고객이 지불한 금액의 상당부분을 플랫폼 노동자들이 가질 수 있다. 저임금의 우려는 줄어든다. 특히 전문성이 있는 긱들이 모인 플랫폼이라면 저임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인력의 전문성이 문제이지 여러 명이 나눠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기업으로서 플랫폼이 자리를 잡아야 하며, 전문성이 있는 긱들이 플랫폼 노동자로 활동할 때 우리가 바라는 모습의 긱 경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 플랫폼 노동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바람직한 긱 경제를 구현할 수 있는 대안들이 최근에 ‘인력플랫폼’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영역에서 서서히 긱 경제를 이용한 플랫폼 비즈니스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기업 교육 전문회사는 기업을 퇴직한 시니어들의 경험을 중소기업에서 활용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컨설팅 전문회사는 기업경영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하여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 그룹을 구성하여 발생한 문제를 해결한다. 기업 교육과 컨설팅 플랫폼은 문제 해결 인력이 내부에 없는 중소기업에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긱 경제가 나타날 것이다. 플랫폼 노동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나,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형태도 기대할 수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전문가들의 플랫폼이 많이 생겨서 효율적인 노동의 형태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더 이상 긱 경제가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는 제도가 아닌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혁신의 모습으로 인정받기를 바란다.


◇필자 약력
‘문과생을 위한 ICT 이야기’ 저자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카이스트 경영과학과 석·박사
KT 미래융합사업전략실 기가IoT 추진 TF장(상무)
국토교통부 스마트시티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 자문위원
BNE컨설팅 IT분야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