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상 25시)무역 1조 달러시대의 선결과제 '국제협상력'

작성일2010/12/28 조회수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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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협상 25시)무역 1조 달러시대의 선결과제

`국제 협상력`



[이데일리 박상기 칼럼니스트] 내년 2011년 대한민국은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열 전망이다.
그 가운데 수출이 5100억 달러로서 수출규모로서는 세계 7위라니, 그토록 염원하던 선진경제대국이 머지않은 것 같아 벅차오르는 가슴을 억누르기가 힘들 지경이다.

한 때 선망의 눈으로 높게만 올려다보았던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이젠 치열한 글로벌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뛰어난 기술력과 가격경쟁력 앞에서 하나 둘 무릎을 꿇으며 세계1위 자리를 대한민국 기업들에게내 주는 일은 어느덧 그리 별스런 뉴스거리가 아닌 시대가 되어 버렸다. 참 대단한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꼴찌 하던 학생이 3~40등 뛰어오른 것보다 10등이 1등 되는 것이 더 어렵듯, 이제 절대 강자들간의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에서 전에 없이 힘겨운 경기를 치러야 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수출 의존도가 85퍼센트에 달하는 경제구조, 즉, 매일매일 뭔가를 수입해서 그 것으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여 이문을 남기지 않으면 곧장 영양실조에 빠질 수 있는 보기보다 부실한 허약체질인 대한민국의 경제구조 때문이다.

문자 그대로, 자고 나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 원부자잿값, 중국 인도 등 주요 신흥공업국들의 무섭도록 치고 올라 오는 가격경쟁력과 제품경쟁력 등 이미 힘겨운 글로벌 시장환경은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강국으로 탄탄하게 도약하느냐 아니면 또다시 2류 국가로 밀려나느냐의 기로로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다.

필자는 그동안 비즈니스 협상 컨설팅과 교육훈련을 통해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과 기관들을 만나고 같이 일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한 경험 가운데는, 해외 거대 기업들과의 크고 작은 비즈니스 협상에서 우리 기업들 편에 서서 직접 협상테이블에 나가 실로 피를 말리는 격렬한 협상을 진행한 경험도 다수 포함된다.

그러한 협상을 진행하면서 우리나라 비즈니스맨들과 미국, 유럽, 중국 등 다양한 상대국 비즈니스맨들과 그 기업들의 협상 문화와 역량을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는 국제 비즈니스 협상을 연구하여 우리나라 기업인들에게 가르치는 필자로선 결코 소홀히 넘길 수 없는 소중한 기회인지라 협상을 하면서도 그들이 전개하는 협상전략과 전술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언제나 그런 건 아니지만, 처음엔 제법 강한 협상을 전개하는 듯하다가, 막판에 한두 번 강하게 결렬압박을 가하면 통상 맥없이 무너지곤 하는 한국인들의 협상 스타일을 아는 듯, 겉으로는 우리의 협상에 곤혹스러워하고 밀리는 척 너스레를 떨면서 별 실질적인 성과 없이 협상을 질질 끌고 가는 상대를 만나면 속으로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거칠고 간계가 난무하는 국제 비즈니스협상 전략전술에 대한 훈련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데다, 손해만 안 보면 되겠지 하는 안이한 태도로 적극적이고 치밀한 협상준비는 고사하고 ‘대충대충' 어설픈 협상자료 몇 장 손에 쥐고 협상에 임하는 한국 비즈니스맨들이 없다고 말할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이런 치욕은 우리가 자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국과 영국 등 유럽과의 협상에서는, 그들의 치밀하고 전략적인 협상전략전술에 말려들어, 엄밀히 말하면, 당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막강한 국력과 선진국임을 내세워 도저히 공정한 협상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이 정한 원칙과 규정 그리고 시한(데드라인)에 일방적으로 밀려 반박 한번 못해 본 체 힘에 눌려 그들의 요구사항을 대분 수용하며 맥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이나 중동과의 협상의 경우, 툭하면 수시로 자행하는 부당하고 비윤리적인 계약 위반에도 불구 ‘다음엔 안 그러겠지. 아니 이렇게 해야 더 큰 건을 건질 수 있어'란 근거 없는 기대와 안이한 대응으로 있는 것 없는 것 다 퍼주며 속수무책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제후발국인 인도나 베트남에서조차 드러나지 않게 우리 정부와 기업을 무시하는 관련 행정당국의 농간에 말려 돈은 돈대로 쏟아 붓고 시간은 시간대로 흘려보내다 알뜰하게 거덜난 후 결국 철수하는 수모를 언제까지 대책 없이 당해야 하는 지 답답하다 못 해 속이 쓰리다.

제품 경쟁력, 가격 경쟁력, 두말할 여지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진정 성공하고 싶다면, 우리의 제품이 기존 글로벌 경쟁 제품들을 이겨냈듯, 그들이 말하는 ‘윈윈 협상'이란 농간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으면서 ‘실익과 자존'을 동시에 지켜낼 수 있는 ‘한국 기업을 위한 슈퍼 국제 비즈니스 협상 DNA' 개발 육성을 위한 투자와 노력을 제대로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몇 해전, “협상의 법칙”이란 베스트셀러를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의 허브 코헨 박사는 내한하여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국제협상력은 미국 등 선진국들에 비해 상당히 미숙하다”라고 대놓고 악평을 하고 돌아간 바 있다.

기업이 추구하는 비즈니스에서의 이익, 국가가 추구하는 외교에서의 성과는 결국 얼마나 뛰어난 국제 협상력을 발휘하는 가가 관건임은 이젠 너무나 분명하다.

필자는 몇 년 전 수행한 기아자동차 해외수출 협상 컨설팅과 임직원 훈련을 통해, 정체되었던 이태리 시장이 4년간 매해 100%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룬 적이 있다.

우리 기업의 뛰어난 제품 경쟁력과 협상력을 접목했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지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사례라 할 것이다.

8~90년대 원가 절감, 90년대 2000년대 제품경쟁력 개선. 무역 1조 달러 시대의 화두는 단연 ‘한국형 국제 비즈니스 협상력'이다.


박상기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위스콘신 매디슨 MBA 졸업
연세대학교 협상학 겸임교수
CJ 미디어 국제협상담당 상무 역임
역서 : 협상의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