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감신문] 박무승 칼럼니스트=미국식 연봉협상을 요즘 많이들 얘기한다. “내가 한해동안 이 만한 성과를 냈으니 그에 상응한 진급과 연봉 인상은 당연하지 않느냐. 올려 달라.”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 연봉협상은 미국처럼 자신이 생각하는 정당한 요구를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요구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그렇게 현명한 협상전략이 아닐 수도 있는 나라이다.
얼마 전 절친한 지인의 딸이 미국 유명 회계컨설팅 펌에서 근무하다 우리나라 빅3 회계컨설팅사의 한 곳에 지원했다가 1차 서류심사에 합격하고 면접시험을 앞둔 상황에서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해 왔다. 자신이 원하는 연봉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 지 연봉협상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참으로 영특한 친구다. 왜? 다짜고짜 미국식으로 연봉협상을 하지 않고, 필자에게 물어보는 현명함을 발휘했으니 말이다.
여기에 그 친구에게 조언한 연봉협상 팁 몇 가지를 공개한다.
필자가 조안한 기본 전략은 ‘연봉협상을 하지마라’이다.
연봉협상의 숫자를 협상하지 말고, 상대방의 머리 속에 있는 내 연봉의 숫자를 올리는 데 집중하라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과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을 낮춰라.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갑’의 나라다. ‘갑’은 ‘을’의 건방진 자세를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설혹 워낙 우수한 인재라 일단 뽑기야 하지만, ‘갑’인 자신을 무시한 이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며, 언젠가는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어 주겠다고 앙심을 품을지도 모르며, 실제로 품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연봉협상 초기에 자신이 지원한, 심지어 스카우트를 제안한 회사라 하더라도, 이렇게 훌륭한 회사에서 자신을 좋게 평가해주시고 채용을 고려해주신 점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하는 것이 성공적인 연봉협상의 첫 단추란 걸 명심해야 한다.
둘째, 남 주기 아까운 준비된 인재임을 각인시켜라!
연봉안을 제시하기에 앞서, 지원한 회사나 사업 분야에 대해서, 특히 자신이 지원한 사업이나 업무에 대해서는 딱 부러질 정도의 구체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한 전문적인 이해도를 갖고 있음을 피력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어느 기업이나 채용인사 담당자 할 것없이, ‘현업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인재”가 최고의 인재다. 심지어, 자신을 채용하려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회사의 어떠한 상황에 근거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며, 자신이 갖고 있는 어떤 역량이나 경력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연봉 협상의 헤게모니는 반쯤은 이미 손에 거머쥘 수 있다.
필자 역시, 2000년도에 미국에서 MBA를 졸업하는 시점에 한국 최고의 기업으로부터 입사제안을 받고 시카고에서 면접을 본 적이 있다. 해당 기업의 사업의 특성을 정의한 다음 현재 그리고 향후 예상되는 사업의 문제점을 짚은 후, 준비해간 IT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방안을 제시하여, 필자를 높이 평가한 심사임원분이 그 자리에서 필자를 자신의 사업부에 채용발령을 확정한 경험이 있다. 필자도 사실 놀랐다.
연봉의 숫자를 다투지 말고, 자신을 결코 놓쳐선 안되는 ‘대체불가’ 인재로 인식시키는 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성공 연봉협상 전략임을 잊어서 안된다.
셋째, 협상하기 전에 자신의 몸값을 조사하라.
연봉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면, 최종 조건이라고 내놓는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부분 마음에 흡족한 경우는 드물다. 적다고 하면 욕심이 과하다고 찍히고, 협상 강의에서 배운 대로 다른 기업에서도 자길 원하고 있다고 하면 붙들기는커녕 그 자리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솔직히 그렇게 받아 들일 수 없는 수준의 조건이 아니라면, 일단 받아들이고 나서, 직급이나 다른 조건들에 대해 얘기하며 부족한 연봉에 대한 보완협상으로 넘어가는 것도 현명한 처사일 수 있다.
“이 친구 돈만 밝히는 친구는 아니구먼”이라며,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 기대하는 ‘건전한 인간성’을 피력하여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던가, 이 조건은 반드시 받아야겠다고 한다면, 다음 단계는 섬세하고 주의깊게 진행해 보기 바란다.
이때가 정말 중요하다.
우선, 다시 한번 자신이 얼마나 이 기업이 얼마나 훌륭한지, 그리고 이 업무가 얼마나 자신에게 맞으며 자신 스스로도 이 업무에 깊은 관심이 있는지를 피력하라. 결코 짜증을 내서도, 한숨을 쉬어서도 안된다. 진지하며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긍정적이고 붙임성 있게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여전히 이 기업에 이 업무를 원한다는 것을 재 확인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로 그 자리에서든, 며칠 지나서든, 대면이든, 전화든 이메일이든 상황에 가장 적절한 시간과 장소와 방법으로, 다른 기업이나 기관이 책정하거나 제시한 자신의 몸값을 참조하라고 제시하라. 결코 상대를 압박하는 느낌을 줘선 안 된다.
그리고 정 이 기업에 몸을 담고 싶다면, “연봉이 아니라 혹시 다른 측면에서 보완해 주는 방안이 있는지 함께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라는 멘트를 던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몇 차례 협상이 더 이어질 수도 있지만, 일부 연봉조정이나 기타 옵션에서 의외의 성과가 날 수도 있다.
박무승 칼럼니스트
- 네고티스트
-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 이코노미조선 협상전문위원
- 주식회사 BNE컨설팅 대표
- 위스콘신 매디슨 MBA졸업
- ‘협상은 영화처럼 영화는 협상처럼’저자
출처 : 공감신문(http://www.go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