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국제뉴스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는 '협상'이다. '관세 협상' '방위비 협상' '공급망 협상' '대북 협상' '종전 협상' 등등의 단어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문 지면을 장식하면서 정부 부처와 기업 관계자들 역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것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점점 늘어나는 각종 협상을 도와줄 천군만마가 등장했다.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협상 파트너의 인적 분석은 물론, 상대방이 주로 구사하는 협상전략, 우리 측이 공략해야 할 협상포인트 등 협상전략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네고메이트'다. '네고메이트'는 현대모비스·삼성SDI에서 글로벌 영업 마케팅을 하고, 그간 삼성·기아·KT·현대중공업·CJ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을 대신해 국제협상 컨설팅을 수행해온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가 개발한 AI 협상툴이다.
AI기술로 협상전략 세워줘
한국협상학회 부회장으로 있는 박 대표는 2023년부터 자신의 국제협상 노하우와 AI 기술을 접목한 협상전략생성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개발자들의 도움을 받아 약 3년 만에 협상전략생성 프로그램인 '네고메이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네고메이트'에 그간 협상 상대와 주고받은 각종 자료와 이메일, 소셜미디어(SNS) 대화내역 등을 원문 그대로 집어넣으면 최대 1시간30분 안에 협상 상대방의 인적 분석은 물론, 협상전략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해 준다.
투입 가능한 최대 파일 용량은 현재 1기가 정도로, 문서분량으로는 약 1만페이지 정도다. '협상의 꽃'으로 불리는 기업 인수합병(M&A) 협상은 물론이고 웬만한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물량 협상 등은 너끈하게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이다. 일례로 한 번도 대면한 적 없는 외국 거래선과의 납품단가 및 물량협상을 앞두고 그간 오고간 자료와 이메일, SNS 대화내역을 '네고메이트'에 투입하면 거래 상대방 인적 분석은 물론 주로 구사하는 협상전략, 상대방의 강점과 약점 같은 SWOT 분석, 우리 측이 구사해야 할 협상전략을 한글 또는 영문으로 제시해주는 식이다. 외국 거래선과 계약을 위해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 취한 상태에서 호텔방에서 협상전략을 세우고 본사에도 보고해야 하는 협상가들한테 단비 같은 소식이다.
박 대표가 협상전략생성 프로그램을 처음 구상한 것은 2000년경 미국 위스콘신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을 때다. 앞서 현대모비스에서 글로벌 마케팅 등의 업무를 담당하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미국에서는 이미 협상과 관련한 데이터화 등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것. AI는커녕 팩스를 대신해 이메일이 갓 쓰이기 시작했을 때다. 당시 충격으로 각종 협상전략을 데이터화해 오던 박 대표는 2022년 오픈AI의 생성형 AI인 챗GPT가 출시된 이후부터 프로그램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그에 따르면,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기존 AI툴을 활용해 구체적인 협상전략을 짜는 데는 엄연한 한계가 있다. 박 대표는 "일반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는 있으나 협상가들을 만족시키는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며 "투입 가능한 문서용량에도 제한이 있어 방대한 문서를 집어넣으면 앞과 뒤만 따내고 중간을 몽땅 날려버린 뒤 헛소리를 늘어놓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월마트가 사용하는 '팩텀(Pactum)'과 같은 유사한 협상툴들이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로부터 방대한 물품을 조달하면서 단가와 물량 등을 협상할 때 도움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리베이트 등 거래과정이 불투명하고, 인적 협상에 많이 의존하는 국내에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없다.
협상전략생성 프로그램이 출시됐다는 소식에 국내 대기업은 물론 회계법인, 컨설팅펌 등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는 "인수합병 협상의 경우 연봉 수억원의 변호사와 회계사들이 수십 명씩 달라붙어도 마음에 쏙 드는 결과를 내놓기가 힘들다"며 "네고메이트는 AI기술을 활용해 이에 못지않은 수준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말했다.
